(미안합니다 제목은 그냥 이걸 위해 어그로 끌어봤습니다)
저는 이전에 다른 게임 학원에서 1년 반 정도 수업을 듣던 사람입니다.
전공은 교육 쪽이고 공부를 못하지는 않았지만 특출나게 잘하지도 않았습니다.
프로젝트 경험이 필요해서 이 곳에 오게 되었고 결과적으로는 굉장히 만족합니다.

원하는 전공도 진로도 아니었기에 20대 초중반의 시간들을 돌이켜 보면 굉장히 애매한 위치에 서서 흘려 보냈습니다.
다른 게임 학원에서 수강생들이 취업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죽을 만큼 열심히 하지도 않았고요.
둥글둥글하고 뭉실뭉실하게 살았습니다. 불안이나 공포를 가지고 있었지만 저에게 있어서 실체화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학원에서 수업을 듣는 과정은 제가 어디에 서있어야 하는지, 어떤 모양이 되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학원에 와서 동기들과 토의를 하는 것도 큰 스트레스였습니다. 그냥 어떠한 게임을 가지고 그 게임의 장점과 단점을 뜯어보며
논리적으로 분해해 말하는 일일 뿐이었는데도 제 안에 있는 걸 제대로 말할 수 없었습니다. 스스로에게도 실망했고,
그런 나를 다른 사람들이 그저 그런 사람으로 바라볼 것 같아서 절망적이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한 평생 말을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며 살아온 사람입니다.)

교육과정과 실습들은 처음에는 '어, 이게 왜 이렇게 어렵지? 왜 마음대로 안 되지?' 하는 것들이 많았고
뒤로 갈수록 '나 이거 못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 하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커리큘럼 초반에는 기초를 다지는 수업 위주로 진행되고 후반에는 그것들을 활용하여 실습하게 되는데
정말 정말 빡빡해서 따라가기가 힘듭니다. 사실 저도 반 정도는 먹다가 체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더 도망가지 말고 버티자고 꾸역꾸역 학원을 다녔습니다. 제가 선택한 정글이다... 생각하면서요.
그렇게 학원을 다녀보면 느껴집니다. 대부분 저랑 비슷하게 둥글둥글하고 뭉실뭉실 하다는 사실이요.

누구나 생각과 비전이 있습니다. 그것들은 가능성이라는 이름으로 여러분 안에 있겠지만 결국 커다랗고 둥글둥글하며, 뭉실뭉실할 뿐입니다.

제가 마음에 새기고 살아가는 사자성어 중 하나가 마부작침입니다.
바위를 갈아서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지고한 노력을 들이는 일을 말합니다.
바늘은 그 쓰임이 명확한 동시에 다양하며, 눈에 띄고 주위의 시선을 끌어들입니다.
이 커리큘럼은 저한테 있어서 지고한 노력을 하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게 자의든 타의든... 그렇게 됩니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함구)

수업과정이 빠르고 내용도 많아서 완벽하게 수행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애매하고 모양없이 부유하던 제가 발을 붙이고 뾰족한 바늘이 되기로 결심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추상적인 후기를 작성했네요.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김기원 교수님은 세게 말하는 분이지만 개인적 상담에선 저세상 부드럽게 말씀하시는 편이라 개인 상담을 하면 이 분이 얼마나 상냥한 분인지 알게 됩니다.
심리적으로 제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언덕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김두년 교수님은 후반에 뵙게 된 분으로 여러모로 죄송한 마음도 많습니다. 하지만 피드백이 꼼꼼한 편이시고 학생 개인의 의견을 잘 받아들여 주십니다.
부디 35기를 맡으셨던 일이 교수님에게 있어서도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윤정님 글에 있는 마비노기 NPC 꼭 보세요)

(++)
밥집 추천 하지 말라고 하시네요...(사유: 점심 때 사람 몰려서 박 터짐)
도시락 싸오시는 것도 좋습니다. 어차피 프로젝트 기간에는 삼각김밥에 라면 먹으면서 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