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 출신으로 게임 기획자를 준비하려니 막막했던 작년 4월이 생각납니다. 다양한 게임 기획 아카데미의 커리큘럼을 찾아보며 아르바이트 등 일상과 겸업이 가능한 과정을 택할지, 아니면 9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게임 기획만 배울 수 있는 경일의 과정을 택할지 고민하다 기왕 배우는 김에 제대로 배우자 싶어 경일을 선택했습니다.
9개월은 처음에는 길게 느껴졌고, 중간에는 막막하게 느껴졌는데 끝으로 가면 갈 수록 짧게 느껴진 시간이었습니다. 배우면 배울 수록 내가 모자란 부분이 어디인지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코딩이라고는 hello world밖에 모르던 제가 LUA도 써보고, C#도 써보고 GPT와 씨름도 하며 캐릭터 하나를 움직여 보고 점프 시켜보려 애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플레이어가 아닌 기획자로서 어떤 마음가짐과 지식을 갖춰야 하는지를 배웠기 때문에 9개월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더 길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9개월 동안 경일 게임 아카데미에서는 기획자의 일 AtoZ를 모두 배우는 것 같았습니다. 몰입 이론처럼 유저가 게임에 파고드는 심리적 원인서부터, 마케팅이나 타겟층 분석 방법, 프로그래밍, 툴 사용법 등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배워야 할 게 워낙 많아서 절대로 한 눈 팔면 안됐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배운 덕분에 이제는 기획자로서 잘 해나갈 자신이 생긴 것 같아요. 잘 안될 때마다 교수님께 상담을 요청하고 상담실 문을 두드리며 막히는 부분마다 많이 여쭤보았고, 잘 해나갈 자신도 얻었습니다.
만들려고 하는 게임을 처음부터 끝까지 올곧게 밀고 나가는 건 명확한 기획 의도가 필요하고, 다음으로는 팀원과 협업하는 소통 능력이 필요하고, 마지막으로는 중간에 버그처럼 예고치 못한 상황이 나타나도 일정을 조절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총 4번의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알았습니다. 초반에 보드 게임 만들기에선 동아리 활동처럼 큰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었지만 펑크랜드, 유니티를 거치며 이런 저런 사건이 터졌고 사건을 대처하는 방법도 알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를 하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알지 못 했을 것 같아요. 많이 배워갈 수 있어서 뿌듯한 시간이었습니다.
단점으로는... 경일은 시설이 미흡한 부분이 있고 (인터넷 와이파이가 한 7개월은 잘 안잡혔던 것 같아요...) 화장실도 옆 간호학원, 요리학원 분들과 같이 사용해서 생기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또 교안이 과거에 제작됐다보니 요즘 트렌드와는 맞지 않는 부분도 있고요.
그렇지만 만나는 동기 분들도 다 좋은 분들이셨고 9개월동안 필요한 정보만 꽉꽉 배울 수 있어서 보람 있는 시간, 시간을 투자할 만큼의 가치 있는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최 성 락 교수님 아래서 배울 수 있어서 행복... 행복? 행복했습니다...